기묘한 현상 벌어졌다…돼지·계란 가격 폭등 이유는

입력 2023-01-12 16:55   수정 2023-01-25 00:31


돼지 젤라틴, 실험용 원숭이, 계란….

지난해 가격이 크게 급등한 상품들이다. 소비 둔화에도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제약업계에선 원숭이 수급난이 심화했고, 반도체 공급난에 중남미 제과업계가 직격타를 입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계란 가격이 폭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약업계에선 원숭이 공급난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세계 의약 업계는 원숭이 확보에 주력했다. 실험용으로 쓰는 원숭이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최대 원숭이 수출국인 중국이 바이러스 억제를 명분으로 취지로 수출을 금지하면서부터다.

미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에 따르면 2019년 말 실험용 원숭이 가격은 한 마리 당 4000~7000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수출은 금지한 뒤 2022년에는 2만~2만 4000달러까지 뛰었다. 3년 동안 평균 가격이 3배 이상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중국을 제외하게 되면 비인간 영장류(Non Human-Primate)를 공급받을 수급처가 부족하다. 코로나19가 나타난 뒤 NHP 실험의 중요도는 높아졌지만,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실험용 원숭이를 밀수하려다 적발된 사례도 증가했다.

미 제약회사 찰스리버래버래토리는 따로 투자자 서한을 보내며 “원숭이 수급처인 캄보디아로부터 수입이 어려울 거란 답변을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은 자체적으로 원숭이 공급을 늘리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미 국립보건원에선 7개 국립 영장류 연구센터에 실험용 원숭이를 공급하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총 2만 마리를 매년 공급하지만 제약업계에선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이 나온다.

공급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남획으로 인한 질타를 받기 십상이라서다. 동물보호단체 PETA는 지난해 7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에 야생동물 수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자연보호연맹은 지난해 7월 긴꼬리원숭이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불법 거래로 인해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에버코어ISI는 "공급 부족으로 2023년에도 가격인상이 계속돼 원숭이 가격은 한 마리당 3만~3만 5000달러에 달할 것"이라고전망했다.
반도체 공급난에 멕시코 제과업체 직격타
지난해 멕시코 제과업계는 돼지 젤라틴 수급난을 겪었다. 돼지 도살 건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돼지 젤라틴 공급량도 급감하며 수요를 따라잡기 못하고 있다. 2020년부터 3년간 돼지 젤라틴 파우더 가격이 20% 이상 뛰었다.


젤라틴 파우더 가격이 급등한 배경엔 반도체 수급난이 있다. 지난해 초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멕시코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전기차 산업은 크게 위축됐다. 승용차 시트에 쓰이는 돼지가죽 수요도 덩달아 줄었다. 가죽 수요가 줄며 도살 건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돼지 부속물인 젤라틴 생산량이 크게 줄어 젤리 등을 생산하는 제과업계가 직격타를 입었다.

멕시코 최대 제과업체인 그루포빔보는 지난해 9월 제과 콘퍼런스에서 “대만에서 반도체 생산량이 줄어들자 (우리) 제과업계도 충격을 받았다”며 “반도체 공급난에 전기차 산업이 흔들리자 돼지 도살업체가 영업 일수를 줄였고 젤라틴은 더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블룸버그에선 이 현상을 ‘톱밥의 경제학’으로 해석했다. 스티브 로즈 버지니아대 명예교수가 2008년 금융위기 때 발견한 경제 현상이다. 미국 주택시장에 낀 버블이 꺼진 뒤 우유 가격이 폭등한 원인을 밝힌 이론이다.


로즈 교수는 낙농업자를 취재하던 중 젖소가 자주 휴식을 취할수록 우유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설명을 들었다. 젖소 농가에서 톱밥을 구해 수시로 바닥에 깔아주는 이유다. 금융위기로 주택 시장이 침체하며 신규 주택 건설 건수가 급감했다.

건설 과정에서 나오는 톱밥이 크게 줄고 가격은 트럭당 600달러에서 1200달러로 뛰었다. 톱밥을 구하기 어려워진 농가에선 휴식 빈도를 줄였다. 낙농업계 전체 생산량이 감소했다.

우유와 톱밥처럼 전혀 관련이 없는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로즈 교수는 “하찮은 톱밥의 예시를 보면 서로 다른 종류의 자원들이 예상외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레 탓에 치솟는 계란 가격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계란 가격도 급등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미 중서부 계란(대형) 12알 평균 가격은 5.46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대형 계란 12개 가격도 7.37달러를 찍었다. 1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인상한 가격이다.

계란 가격이 뛰어 오른 이유는 지난 2월 미국에 나타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이다. 미 농무부(USDA)는 지난달까지 약 6000만 마리의 조류가 살처분됐다고 밝혔다. 이 중 4400만 마리가 암탉이었다. 계란 생산량은 전년 대비 4~5%가량 줄었다.

계란 수요는 폭증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에선 성탄절과 추수감사절 등으로 인해 매년 겨울마다 계란 수요가 급등한다. 집마다 명절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서비스 비용이 급증하자 외식을 줄인 탓에 계란 소매 수요가 급증했다.

미국 농업 협동 조합은행 '코뱅크(Cobank)'의 브라이언 어니스트 애널리스트는 “어느 때보다 계란 수요가 강했다"며 "연말뿐 아니라 지난해 1년 내내 계란 수요가 평년을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리서치업체 IRI에 따르면 계란 가격이 세 배 이상 뛰었지만 지난달 계란 소매판매량은 전년 대비 2% 감소에 그쳤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소고기와 닭고기 등 육류 가격이 급등하자 대체재로 계란이 떠올랐다는 주장이다. 육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단백질 함량도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 방송사 CBS는 농무부의 자료를 인용해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의 소고기 섭취량이 줄어든 대신 계란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또 샐러드드레싱의 주재료로 쓰이며 수요가 점차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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